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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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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마음이 먼저 달려간 적, 있으시죠?
그 사람일까 싶어 화면을 켜고, 아니라는 걸 확인한 뒤에도 한참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던 손.
오늘은 그 손에 담긴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그 마음의 모양은 지금 그 사람과 어떤 사이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를 거예요.
아직 서로 이름 붙이지 못한 사이라면, 답장 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오르내리죠.
내가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닌지, 이러다 아무 사이도 아닌 채로 끝나는 건 아닌지 몰라서 불안하고요.
곁에 그 사람이 있는데도 불안하다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 마음을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어서일 거예요.
그래서 함께 웃은 날에도 집에 돌아오는 길은 이상하게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죠.
헤어진 뒤라면, 어느 날부터 멈춰버린 대화창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열었다 닫았다 하고 계실지도 몰라요.
마지막으로 나눈 말을 다시 읽으며,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되묻게 되고요.
헤어진 그 사람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계신다면, 놓자니 그 사람과의 이야기가 정말 끝나버릴 것 같아 두렵고, 붙잡자니 기다리는 시간만큼 내가 작아지는 것 같죠.
모양은 저마다 달라도, 그 끝에 남는 질문은 하나예요.
"놓아야 할까, 붙잡아야 할까?"
이 질문을 오래 품어 온 분일수록 마음이 많이 지쳐 있어요.
그런데 지친 건 사랑이 모자라서가 아니에요.
그만큼 오래, 진심으로 마음을 쓰셨다는 뜻이거든요.
가을이 오면 나무는 잎을 떠나보낼 준비를 시작해요.
잎자루가 가지와 맞닿은 자리에 "떨켜"라는 얇은 층을 만들어서, 잎으로 가던 물과 양분을 조금씩 거두어들이거든요.
잎이 미워서가 아니에요. 잎을 모두 매단 채 겨울을 맞으면 그 잎으로 물이 빠져나가 나무 전체가 말라버리기 때문이죠.
우리는 가을을 떠나보내는 계절이라고 부르지만, 나무에게 잎을 떠나보내는 일은 살아남기 위한 가장 정성스러운 준비예요.
마음도 그래요.
놓는다는 게 꼭 그 사람을 놓는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이름 붙이지 못한 사이라면 혼자 앞서가던 조급함을,
곁에 있어도 불안하다면 그 사람 마음을 혼자 짐작하던 습관을,
헤어진 뒤라면 그날의 나를 탓하던 마음을,
다시 만나길 기다린다면 언제 올지 모를 연락만 바라보던 시선을.
나를 마르게 하던 것 하나를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요.
다르게 보인다는 건 없던 답이 새로 생긴다는 뜻이 아니에요.
단풍에는 비밀이 하나 있어요.
은행잎의 노란색은 가을에 새로 칠해지는 색이 아니에요.
여름 내내 잎 속에 있었는데, 짙은 초록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이죠.
초록이 빠져나가야 비로소 드러나요.
마음속 답도 그래요.
답이 없는 게 아니라, 불안과 기다림에 가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에요.
나무가 미리 준비해 둔 건 색만이 아니에요.
잎을 놓기 훨씬 전인 한여름부터,
가지 끝에 겨울눈을 만들어 두거든요.
그 작은 눈 안에는 다음 봄에 펼쳐질 잎이 접힌 채 들어 있고요.
그러니 무언가를 놓는다고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니에요.
다음 이야기가 아직 펼쳐지지 않았을 뿐이죠.
그렇다고 붙잡는 게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떡갈나무는 겨울 내내 마른 잎을 가지에 달고 있다가, 봄에 새순이 돋을 무렵에야 떨어뜨려요.
그 마른 잎이 찬바람 속에서 겨울눈 곁을 지켜 주는 셈이죠.
지켜야 할 것이 있어서 붙잡는 마음은 미련이 아니라, 지키는 마음이에요.
문제는 "지금이 놓아야 할 때인지 지켜야 할 때인지", 스스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무가 제 가지 끝을 볼 수 없듯이, 마음이 깊이 걸린 관계일수록 "내 마음이 어느 가지에 걸려 있는지"는 나에게 가장 늦게 보여요.
연애 고민 앞에서 자주 펼쳐지는 카드가 있어요.
컵 8 카드에는 달빛 아래 컵 여덟 개를 두고 돌아서 걸어가는 사람이 그려져 있어요.
이 카드를 보면 많은 분이 떠나라는 뜻이냐고 물으세요.
하지만 이 카드가 전하는 말은 대개 사람을 떠나라는 게 아니에요.
더는 나를 채워주지 못하는 방식에서 걸어 나오라는 이야기죠.
매달린 사람 카드 속 인물은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도 얼굴이 평온해요.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라 보는 각도를 바꿀 때라는 신호예요.
같은 카드라도 누구 앞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하는 말이 달라져요.
"비의록"이 카드를 펼치는 건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가지와 가려진 답,
그리고 그 곁에 접혀 있는 다음 이야기"를 함께 보기 위해서예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면
"놓아야 할지 붙잡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한마디면 충분해요.
나머지는 "비의록"이 카드를 펼치면서 함께 풀어갈게요.
예전에 저와 이야기를 나누셨던 분이라면, 그때와 달라진 것 하나만 들고 오셔도 좋아요.
그 사람의 말투든, 내 마음의 무게든요.
작은 변화 하나가 카드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거든요.
여기서 나눈 이야기는 이 자리 밖으로 나가지 않아요.
목소리로 털어놓는 게 편하시면 전화로,
글로 차분히 적어 내려가는 게 편하시면 채팅으로,
"1022번 비의록"을 찾아 주세요.💜
나무에게도 때가 있어요.
떨켜를 채 만들기도 전에 서리가 먼저 내리면,
잎은 얼어붙은 채로 가지에 매달려 겨울을 나요.
떡갈나무처럼 지키려고 붙든 잎이 아니라,
때를 놓쳐 놓지도 살리지도 못한 잎이죠.
마음에도 서리는 내려요.
대개는 혼자 남은 밤에 내리고,
모두가 누군가와 함께인 것 같은 연말이면 더 짙게 내려요.
이름 붙이지 못한 사이는 이 관계가 어디로 갈지 몰라서,
곁에 그 사람이 있는 사람은 함께 있어도 외로워서,
헤어진 사람은 혼자 보내는 밤이 유난히 길어서,
다시 만나길 기다리는 사람은 이번에도 소식 없이 지나갈까 봐서요.
그런 밤에 보낸 연락이나 쏟아낸 말은 대개 마음보다 외로움과 조급함이 먼저 보낸 것이라, 다음 날 아침 더 아프게 돌아오곤 해요.
그래서 서리가 짙어지기 전인 지금이, 그 마음을 가장 덜 아프게 들여다볼 수 있는 때예요.
한 해의 마지막 밤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올해도 결국 그 사람 마음 하나 모른 채 보냈네" 하며 같은 질문을 그대로 다음 해로 넘기는 밤일 수도 있고,
"그때 그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봤더니 겨울이 생각보다 따뜻했어" 하고 말하는 밤일 수도 있어요.
두 밤을 가르는 건 대단한 결심이 아니에요.
그 마음을 한 번이라도 솔직하게 꺼내놓았는지,
그 차이예요.
이 글을 읽는 동안 자꾸 떠오른 얼굴이 있으셨다면,
그 마음은 이미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 얼굴이 이만큼 선명할 때,
혼자 뒤척이는 대신 그 마음을 들고
"비의록"을 찾아와 주세요.
놓는 것도 용기고, 지키는 것도 용기예요.
그 용기를 내기 전에,
내 마음이 어느 가지에 걸려 있는지부터
"비의록"과 함께 확인해요.
정말 놓아야 할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마음을 몰라 혼자 끌어안고 있는 불안이에요.
그런데 그 불안은 혼자 붙들고 있을수록 더 짙어져요.
그 사람의 마음은 내 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으니까요.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되짚어도 매번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그래서예요.
불안은 비슷해 보여도,
그 아래 가려진 답은 사람마다 달라요.
그 사람의 마음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지금이 놓을 때인지 지킬 때인지는
내 이야기 위에 카드를 펼쳐야 비로소 보여요.
그 답이 보이고 나면,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도
더는 나를 마르게 하지 않아요.
휴대폰을 쥔 손도 한결 편안해지고요.
이 가을이 무언가를 잃는 계절이 아니라,
초록 아래 숨어 있던 마음속 답이
노랗게 드러나는 계절이 되기를 바라요.
– 비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