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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발리 여행은 내게 조금 더 특별한 여행이었다.태어나서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 여권도 처음 만들었다. 😊
사실 그동안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하루 이틀 정도 쉬는 건 괜찮아도 며칠씩 일을 내려놓고 아무 걱정 없이 온전히 쉬어갈 만큼의 심적 여유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늘 다시 돌아가야 할 일들이 있었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멀리 떠나는 일은 자연스럽게 계속 뒤로 미뤄졌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여행은 단순히 ‘첫 해외여행’이라는 의미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랜만에 일상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며칠 동안 온전히 쉬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처음 만든 여권을 들고 공항에 갔다.
비행기를 타고 처음으로 다른 나라를 향했다.
출국을 준비하는 것부터 공항에 가는 것, 다른 나라를 향한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까지 내게는 정말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첫 해외여행지가 발리였던 만큼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내가 처음 만나는 외국은 어떤 모습일까. 그곳 사람들은 어떨까.’하는 설렘도 컸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온 지금 생각해보면 예쁜 풍경도, 좋은 리조트도 많이 기억에 남지만 이상하게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발리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이드님을 한두 달 전쯤 미리 예약했는데 그때 조금 의아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날짜만 정할 뿐 선예약금을 전혀 받지 않으셨다.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편하고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가이드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조금 걱정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한두 달 전부터 투어 일정을 비워놓고 예약을 잡아두면 갑자기 취소할 수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아무 연락 없이 당일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나라가 다르니까 예약금을 주고받기가 어려워서 그런가?’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다 실제로 만나 뵙고 여쭤보니 우려했던 대로 예약해놓고 갑자기 취소하거나, 당일에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물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사람을 믿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했더니 가이드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래도 무조건 믿어야 해요.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해요.”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계속 갖기가 힘들지 않나요?”
대답은 같았다.
“그래도 우리는 믿어야 해요.”
그러면서 카르마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다.
누군가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악의적으로 행동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의심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자신은 그저 사람을 좋은 마음으로 대하고 약속을 지키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누군가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그 행동은 결국 카르마가 되어 그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그분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까지 내가 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참 인상 깊었다.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먼저 의심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더 익숙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실제로 좋지 않은 일을 겪고도 자신의 태도까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며칠 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그것이 그저 말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음식점에 갔을 때였다.
친구가“아, 차에 나 뭐 놓고 왔어.”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사님은 누가 부탁하기도 전에 먼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차로 뛰어가셨다.
그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나도 조금 놀랐다.
‘저 사람이 곤란하니까 내가 먼저 가야지.’
그런 마음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또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투어를 하다 보면 카페에 가기도 하고 밥을 먹으러 가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가이드님께 계속 같이 먹자고 했다.
우리끼리 식사하는 동안 혼자 기다리셔야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 무엇보다 우리는 가이드님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혹시 비용 때문에 부담스럽게 생각하시는 건가 싶어
“저희가 사드릴게요. 같이 드세요.”하고 몇 번이고 권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괜찮다며 아내분이 싸준 도시락을 먹으면 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담스럽거나 집에서 싸온 도시락이 있으니 그러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사연은 조금 뜻밖이었다.가이드님은 친척들까지 함께 모여 사는 35명의 대가족과 한집에서 생활하고 계셨다.
자기 혼자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들어가면 집에 있는 가족들 중에는 그 음식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자기만 맛있는 것을 먹었다는 걸 알면 누군가는 서운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자기도 먹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할 수도 있으니 자기 혼자만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분이 싸준 도시락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내분의 요리 솜씨가 좋다며 깨알 같은 자랑은 잊지 않으셨다. 🥰
나는 그 이야기도 참 오래 기억에 남았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일하다가 손님이 사주는 음식 한 끼를 먹는다고 해서 잘못했다고 할 사람도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맛있는 음식 하나를 앞에 두고
‘나만 좋으면 되지’가 아니라 집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어쩌면 그분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생활 방식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그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또 인상 깊었던 것은 발리의 도로였다.
발리는 정말 오토바이가 많았다.
우리나라처럼 도로가 넓고 잘 정비된 곳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내가 보기에는 거의 1차선처럼 느껴질 정도로 좁은 길을 차와 오토바이가 함께 지나가는 곳도 많아서 처음에는 정말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래서 가이드님께 물었다.
“이렇게 오토바이도 많고 길도 좁은데 사고가 많이 나지 않아요?”
가이드님 말씀으로는 서로 양보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처럼 되어 있다고 했다.
한쪽이 조금 기다려주고 누군가 들어오면 공간을 내어주고, 서로 먼저 가겠다고 밀어붙이기보다 자연스럽게 양보하면서 지나간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도로를 바라보니 처음에는 그저 복잡하고 위험하게만 보였던 풍경 안에도 그들끼리 지키고 있는 배려와 질서가 있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 인상 깊게 느꼈던 모습들이 묘하게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사람을 좋은 마음으로 대하는 것.
누군가 곤란할 때 먼저 움직여주는 것.
내가 가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것.
물론 내 인생 첫 해외여행에서 며칠 동안 만난 몇 분의 모습만으로 발리 사람들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이번 여행에서 만난 발리 사람들은 참 따뜻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짐바란에서 본 선셋이다. 🌅
사실 이 자리도 그냥 우연히 앉게 된 자리가 아니었다.
기사님께서 우리가 가기 전부터 선셋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미리 음식점을 알아봐 주시고 바다와 노을을 가리는 것 없이 선셋을 1열에서 볼 수 있는 자리로 예약까지 해두셨다.
덕분에 우리는 좋은 자리에 앉아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이렇게 예쁜 짐바란의 선셋을 원 없이 바라보는 호사도 누렸다.
사진만 보면 그저 예쁜 발리의 노을 한 장이다.
하지만 내게는 이 사진에도 그분들의 배려가 담겨 있다.우리가 부탁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주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챙겨주는 마음.
어쩌면 내가 이번 여행에서 발리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은 것은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하나둘 쌓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마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상대가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선택과 상관없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배려라는 것도 꼭 거창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 곤란해하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내가 누리는 것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서운하지 않을까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좁은 길에서는 내가 조금 기다려주는 것.
어쩌면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한 사람에 대한 인상을 만들고 나아가 한 나라에 대한 기억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발리에서 좋은 곳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서 어쩌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을 하나 보고 온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따뜻한 마음.
처음 떠난 해외여행이라 모든 풍경이 새롭고 신기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일 것 같다.
그래서 내게 발리는 앞으로도 조금 특별한 곳으로 남을 것 같다.
좋은 풍경은 사진으로 남았지만,
그 풍경을 더 좋은 기억으로 만들어준 것은 결국 사람이었으니까.
첫 해외여행지가 발리여서 참 좋았다🩷
다시 봐도 참 예뻤던 짐바란의 선셋.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사람들의 따뜻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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